환산정(環山亭) 주인 백천 류함(1576~1661) 선생이 화순현 훈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순현 사람들은 임진왜란 당시 많은 의병에 참전해 전사했고, 1594년 화순현이 폐현되며 능주현으로 합병돼 버린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화순향교는 왜군에 의해서 소실이 되어 제 기능을 상실했고, 후학들을 가르치는 훈장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비어 있게 된다.

1611년 화순현이 17년여 만에 다시 복원이 되면서, 화순향교 대성전을 이인부 현감에 의해서 초가삼간으로 짓게 된다. 그러나 정유재란 후로 모든 고을 향교의 의례가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 1582년 식년 진사시에 합격 한 우송 김세규(1538~1619) 선생의 입으로 외우고 손으로 써서 후세에 전하게 된다.

우송 김세규 선생은 근래 한 고을의 사우(士友)는 스승의 가르치는 자리가 오래 빈 것을 분개하여 고을 선비들과 의논하고, 마을에 훈장을 정하여 매번 원님에게 알리기로 했는데, 원님이 백천 류함 선생의 명성을 알고 훈장의 이름에 자주 올렸다고 한다.

마을 선비들이 듣고서 이런 뜻을 문하(門下)에 올려 물었는데, 우송 김세규께서 금지하지 않으시니, 후학들이 지금에 이르러서 가장 훌륭하게 되었다며 운운했다고 한다.

백천 류함 선생의 글에는 향교에서 가르치는 범례를 볼 것 같으면 매월 삭망(朔望)에 훈장은 한 고을의 많은 선비를 인솔하여 모두 교당(敎堂)에 모여서 읍양(揖讓)의 예를 먼저 행하고, 그 달의 당직(當直) 한 사람으로 하여금 “향약의 서(鄕約之書)를 먼저 읽게 한 뒤에, 서열에 따라 자리를 정하여 앉아서 강의를 열고, 어려운 것을 묻는다고 했다.

사십 세 이상은 “심경(心經)”과 “성리(性理)“로써 서로 어렵고 의심나는 것으로 하고, 십 세 이상은 “소학(小學)”과 “사서(四書)”를 반복해서 알아듣게 일러 주고, 만약에 그 중에 마음이 게을러서 강의 규약을 따르지 아니하면, 연장자가 나이 어린 자를 희초리로 벌을 주고, 연장자가 거듭 벌하고 나이 어린 자가 다시 회초리를 맞게 되면, 강의 자리를 빼앗고 내쫓는다고 했다.

류함 선생은 이괄 변란(李适變亂, 1624)에 족손(族孫) 백석(白石) 류집(柳楫)과 함께 의병을 모집하여 양호(兩湖)로써 근왕(勤王)의 계획을 세웠고, 정묘호란(丁卯胡亂, 1627)에는 조카 류응량(柳應良)과 함께 전라도(全羅道)에서 의병을 일으켰으며, 병자호란(丙子胡亂, 1636)에는 임진왜란(壬辰倭亂, 1593) 때 평양(平壤)에서 순절한 백형(伯兄) 홍(泓)이 썼던 보검(寶劒)을 차고, 화순(和順)에서 거의(擧義)하여 맹주(盟主)로서 524명의 의병(義兵)을 이끌고 청주(淸州)까지 올라갔다가 화친(和親)의 소식을 듣자 통곡하고, 돌아와서 환산정(環山亭)을 짓고 절속(絶俗)했다.


류정훈
문화류씨 검한성공파 화순종중
화순자치미래연대 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