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평론가에서 경제사상가로 (2)
『박현채 평전』 6장 사회구성체 논쟁의 시대가 열리다
화순저널입력 : 2021. 10. 22(금) 19:34

역사 인식에 있어서 경제적 인식은 다른 역사 인식, 전체적인 역사 인식에서 고립되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체적인 역사 인식과의 관련에서 주어지고 현상은 모든 것의 서로 얽힘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쪽에서의 올바른 역사 인식은 그 경제적인 쪽에서는 물론 전체적인 역사 인식을 위한 완결된 체계(그것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고 인간 능력의 유한성 때문에 끝내 완벽한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논의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개념이나 분석 수단과 같은 기초적 범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의 해명을 위한 분석 이론으로서의 주변부자본주의 사회구성체론이나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은 동기나 배경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노력에서 중요한 예단 또는 오류에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박현채,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관한 연구 (1)」, 『박현채 전집』 3, 해밀, 2006, 711쪽


박현채의 이 논문이 수록된 『창작과 비평』 1985년 가을호에는 이대근(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논문도 함께 수록되었는데, 박현채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이대근은 주변부자본주의론을 주장하면서 경제학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 논쟁은 경제학과 사회확의 영역을 넘어서 인문사회과학을 비롯한 진보적 영역으로 확대되었으며, 그간의 논쟁이 운동권에 의해 촉발되었던 양태에서 벗어나 오히려 운동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변혁 운동의 일부를 ‘지도’하는 위치로까지 격상되었다. 또한 전공 분야나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소장 연구자나 지식인층의 공통적인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사구체 논쟁과 관련해 박현채의 회고를 살펴보자.

원래 당시 논쟁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의도된 것이었는데, 논쟁 자체는 충분한 것이 되지 못했죠. 1985년 상황은 이론적으로 상당한 혼미를 거치고 있었고, 그것이 사회적 실천성에 있어 허다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먼저 이 같은 혼미를 이론적으로 극복하려는 역사적 소명에의 충실한 입장으로부터 두 사람이 시작한 겁니다. 『창작과 비평』의 폐간과 논문 발표 이후의 지나치게 큰 반향에 대한 위축감으로 논쟁이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한 데 대해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쭉 논쟁을 계속하고 개입했어야 했는데 그것만 하고 딱 끝내버렸거든요. 우리로서는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너무 커졌다, 이거지요.

- 「사회구성체 논쟁 개막의 주역, 박현채」, 『우리사상』, 1991년 창간호, 159쪽


현대사 연구자인 정현주가 역사와 사회를 사구체론을 통해 바라볼 때 갖는 의의에 대해 질문하자 박현채는 “사회구성체적인 인식은 한 사회의 기본적인 모순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회의 성격을 논의한다는 것은 한 사회의 주요 모순을 해명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사회구성체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사회 성격 문제로서 당면한 주요 모순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와 사상』 기획위원 정민은 「사회구성체 논쟁」이라는 글에서 “1985년 촉발되어 예상 밖으로 확대된 이 논쟁은 그 영향력이나 격렬성, 대중적 호응도에서 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제하면서 이 논쟁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정리했다.

박현채-이대근 논쟁은 1980년대의 사회 성격 논쟁의 직접적인 서막이었고, 세계를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에서부터 한국 자본주의 분석의 방법론이나 한국 근현대사 성격에 대한 관점에 이르기까지 주로 원칙적∙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입장 개진이 있었다. 하지만 이론적 틀의 정교화나 실증적 분석은 과제로 남게 되었다. (……)

박현채-이대근 논쟁은 곧바로 주변부자본주의론은 소시민적 이론이고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승리’로 대체로 결말지었다가, 그 후 한편으로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방법론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 분석에서 그것을 ‘내재적 비판’을 통해 일정하게 ‘수정’하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등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자의 입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공유한다고 보면서 새로운 출발을 제시하는 시도가 개진된다.

- 정민, 「사회구성체 논쟁」, 『80년대 한국사회 대논쟁』, 중앙일보사, 1990, 85쪽

화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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