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평론가에서 경제사상가로 (1)
『박현채 평전』 6장 사회구성체 논쟁의 시대가 열리다
화순저널입력 : 2021. 10. 15(금) 19:16
박현채에게 1970년대가 ‘민족경제론’의 시대였다면 1980년대에는 ‘사회구성체(사구체) 논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창작과 비평』 1985년 가을호에 발표한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관한 연구 (1)」은 이 시기 박현채의 사상적 지향을 보여주는 글로,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사구체 논쟁의 불씨가 된다. 가정사로 본다면, 문제적 삶을 살았던 박현채 때문에 평생 마음고생을 피할 수 없었던 그의 부친이 작고한 후 박현채가 집필한 글이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 1985년 2월 12일 실시된 제12대 총선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이 이끄는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민주한국당을 압도하고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어서 5월 23일 대학생들이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벌였고, 서울 구로공단의 대우어패럴노조를 비롯하여 전국 도처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등 강고한 5공 체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발표된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관한 연구 (1)」에는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둘러싼 종속이론 비판’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당시에 지식인들은 종속이론에 관한 논쟁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었는데, 이 논문은 이러한 논쟁에 대한 박현채 나름의 답변이기도 했다.
박현채 경제사상의 핵심이기도 한 이 논문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 해명의 의의’, ‘한국 사회의 성격 및 발전 단계에 대한 논의’, ‘역사 인식에 있어서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 그의 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목 대목이 전체 맥락과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서 설명하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선 박현채가 구상한 사구체에 대한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인용해본다.
한 사회의 성격을 밝힌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인간 간의 상호 관계에서 주어지는 모순 관계를 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그것은 한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인 내적 모순을 밝히는 것이다. 한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 내적 모순을 밝힌다는 것은 사회구성체로서의 한 사회에 존재하는 기본적 모순을 역사적으로 이어지는 사회 발전의 단계에 비추어 제시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성격이 사회구성체로서 자본주의냐 아니냐는 바로 그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한 사회에 있어서 내적 모순은 때로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제도 또는 생산양식 안에서의 모순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성격을 밝힌다는 것은 때로는 한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모순 가운데 주요한 것을 밝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주어지는 인간 간의 상호 관계에는 부차적인 것이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사회가 밖으로 연관되면서 여타의 많은 외적 모순을 가지며 이와 같은 부차적이거나 외적 모순은 기본적인 것을 젖히고 주요 모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 모순은 일정한 사회구성 또는 경제제도(또는 생산양식) 안에서 주어지는 인간 간의 사회적 관계의 대립 또는 모순이고, 주요 모순은 기본 모순을 내재적인 것으로 가지면서 일정한 사회구성 또는 경제제도 상호 간에 주어지는 모순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다.
박현채는 한 사회의 내적 모순이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제도나 생산양식의 모순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일정한 역사적 시기에 외적 모순이 주요 모순으로 전화함으로써, 많은 혼란을 야기하며 한 사회에 대한 성격 규정이나 해명이 필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식민지∙반봉건사회론에 의거한 한국 사회의 사구체적 성격 규정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현채는 종속이론과 주변부자본주의론에 대한 분석에 이어 사회구성체론을 보다 정밀하게 정리한다. 그는 한 사회의 경제적 기초를 생산양식이라 하고, 생산양식이 존재하는 데 필요한 사회의식을 상부구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들 생산양식과 상부구조를 사구체 혹은 사회체제라 하며, 사구체 특유의 생산관계를 경제적 토대라고 보았다. 따라서 박현채에게 사구체란 내부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전체이고 직관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박현채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주장하면서, 그와는 다른 견해라 할 수 있는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이나 주면부자본주의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펴보면, 1985년 2월 12일 실시된 제12대 총선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이 이끄는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민주한국당을 압도하고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이어서 5월 23일 대학생들이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벌였고, 서울 구로공단의 대우어패럴노조를 비롯하여 전국 도처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등 강고한 5공 체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발표된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관한 연구 (1)」에는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둘러싼 종속이론 비판’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당시에 지식인들은 종속이론에 관한 논쟁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었는데, 이 논문은 이러한 논쟁에 대한 박현채 나름의 답변이기도 했다.
박현채 경제사상의 핵심이기도 한 이 논문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 해명의 의의’, ‘한국 사회의 성격 및 발전 단계에 대한 논의’, ‘역사 인식에 있어서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다. 그의 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대목 대목이 전체 맥락과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서 설명하고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선 박현채가 구상한 사구체에 대한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을 인용해본다.
한 사회의 성격을 밝힌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인간 간의 상호 관계에서 주어지는 모순 관계를 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그것은 한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인 내적 모순을 밝히는 것이다. 한 사회에 있어서 기본적 내적 모순을 밝힌다는 것은 사회구성체로서의 한 사회에 존재하는 기본적 모순을 역사적으로 이어지는 사회 발전의 단계에 비추어 제시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성격이 사회구성체로서 자본주의냐 아니냐는 바로 그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한 사회에 있어서 내적 모순은 때로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제도 또는 생산양식 안에서의 모순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성격을 밝힌다는 것은 때로는 한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모순 가운데 주요한 것을 밝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주어지는 인간 간의 상호 관계에는 부차적인 것이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사회가 밖으로 연관되면서 여타의 많은 외적 모순을 가지며 이와 같은 부차적이거나 외적 모순은 기본적인 것을 젖히고 주요 모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 모순은 일정한 사회구성 또는 경제제도(또는 생산양식) 안에서 주어지는 인간 간의 사회적 관계의 대립 또는 모순이고, 주요 모순은 기본 모순을 내재적인 것으로 가지면서 일정한 사회구성 또는 경제제도 상호 간에 주어지는 모순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다.
- 박현채, 「현대 한국 사회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관한 연구 (1)」, 『박현채 전집』 3, 해밀, 2006, 673~674쪽
박현채는 한 사회의 내적 모순이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제도나 생산양식의 모순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리고 일정한 역사적 시기에 외적 모순이 주요 모순으로 전화함으로써, 많은 혼란을 야기하며 한 사회에 대한 성격 규정이나 해명이 필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식민지∙반봉건사회론에 의거한 한국 사회의 사구체적 성격 규정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현채는 종속이론과 주변부자본주의론에 대한 분석에 이어 사회구성체론을 보다 정밀하게 정리한다. 그는 한 사회의 경제적 기초를 생산양식이라 하고, 생산양식이 존재하는 데 필요한 사회의식을 상부구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들 생산양식과 상부구조를 사구체 혹은 사회체제라 하며, 사구체 특유의 생산관계를 경제적 토대라고 보았다. 따라서 박현채에게 사구체란 내부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전체이고 직관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박현채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주장하면서, 그와는 다른 견해라 할 수 있는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이나 주면부자본주의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화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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