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은 민주주의다
개인적인 이익보다 타인과 공동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식이야말로 합창의 기본정신
합창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양보와 화합으로 이루어내는 집단예술
문화행정과 지역주민들의 더 큰 관심과 참여 기대
문행주 전 의원입력 : 2023. 10. 13(금) 23:03
세상에는 문학, 미술, 음악, 무용등 다양한 예술양식이 존재한다. 예술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당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어떤 시대와 사회를 알려거든 그 시대가 남긴 예술을 이해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사상 감정을 드러내는 철학이나 표현 방식도 서로 달라서 예술은 대체로 개인주의적이기 마련이다.

예술 장르와 표현 방식, 해석과 창작의 방법에 따라서 의견도 분분하고 논쟁도 치열하다. 시대마다 예술 양식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사조의 탄생, 작가 간의 논쟁으로 날이 새는 때도 허다했다.

중국의 백화문이나 정조 시대의 문체반정처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뼈를 깎는 창조의 고통만큼이나 오만과 편견이 존재할 여지도 크다. 그래서 대체로 예술가들은 개성이 강하다거나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독선적이며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예술적 성취가 개인의 치열한 고뇌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데서 오는 편견일 것이다. 우리는 더 완전하고 다양한 민주주의를 원한다. 그러므로 예술이 더욱 풍부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는데 봉사하기를 기대한다.

예술 행위가 인간의 건강한 의식과 민주적인 품성을 기르는데 오히려 문제가 된다면 이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체적인 창작 활동이나 집단적인 문화 운동을 통해 예술의 사회성과 민주성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한 시대의 충격이나 반동은 주었을망정 시대를 뛰어넘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했고 한계가 있었다.

개인적인 예술 행위에서 발생하는 이기주의나 독단성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예술 활동으로 더욱 풍부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예술 장르가 바로 합창이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합창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조건이라는 점에서 합창만큼 완벽한 사회성과 민주적인 소양을 요구하는 예술 장르도 없을 것이다.

알다시피 합창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 서로 다른 선율로 노래 부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개성보다 화합이, 독창성보다 협동심을 요구한다. 합창의 생명은 어울림이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사람이 훌륭한 화음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타인과 화합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나누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합창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고집한다면 이는 합창단원의 자격이 없다.

개성과 독창적인 보이스칼라를 자랑하고 싶은 성악가가 있다면 합창단에는 필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성악가라도 ‘내’가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합창이라는 인식과 자세가 없다면 훌륭한 합창단원이 되기에는 자격미달이다.

자신이 남보다 더 돋보이거나 다른 개성을 발산하고 싶다는 욕구는 합창의 적이다. 자기의 욕망이나 개인적인 이익보다 타인과 공동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식이야말로 합창의 기본정신이다.

결국 합창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양보와 화합으로 이루어내는 집단예술이다. 그러므로 합창이야말로 본질적으로 지극히 민주적인 것이다. 어떤 나라나 지방에 훌륭한 합창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적 수준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화음을 구사하는 합창은 민주적인 훈련의 결과로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합창단을 가진 서구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대개 다양하고 풍부한 민주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독재나 권위주의 국가치고 내놓을 만한 수준있는 합창단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합창만큼 좋은 민주주의 교육은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합창을 하다보면 상대를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나눔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기르는데 합창보다 더 좋은 민주주의 조기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얼마 전 어느 방송국에서 전국의 합창 경연을 개최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청소년, 주부, 노인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교와 직장, 세대별로 활동하는 다양한 합창단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주민들 속에 탄탄한 합창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지역 주민들 속에 합창을 즐기는 여유와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참여하는 합창단이야말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문화를 뿌리내리고 성숙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 고장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합창단을 조직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벌써 이십여 년이 넘도록 각종 대회와 지역행사, 정기 연주회 등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의 괄목할 만한 수상 실적은 물론이요, 수준 높은 공연 활동으로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며 지역 내 문화자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합창단원의 충원이나 재정적인 빈곤과 질 낮은 공연 시설 등 문화예술에 대한 부박한 관심으로 인해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준 높은 합창단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문화적 긍지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자랑이다. 문화행정과 지역주민들의 더 큰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전 화순군의회 의원
전 전라남도의회 의원
문행주 전 의원

hsjn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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