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슬픔 없는 인생은 없다.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슬플 비悲’와 ‘슬플 애哀’가 만난 ‘비애’는 인간이 겪는 ‘온갖 슬픔’을 압축한 말이다. 그런데 ‘비’悲에 들어 있는 ‘마음’[心]이 왜 ‘애’[哀]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비’와 ‘애’가 가리키는 슬픔이 서로 달라서일까? -<언 다르고 어 다르다>에서

한국인들의 우리말 낱말 공부는 대개 초등학교 시절로 그치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낱말 공부는 ‘새로운 낱말 찾고 뜻 알아오기’ ‘비슷한 말 반대말 알아오기’ 등과 같은 숙제가 거의 전부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이들은 참고서에서 보고 베끼거나 국어사전에서 그야말로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 숙제 장을 채우곤 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우리말보다는 영어 공부에 몰입하고 영단어를 외우는데 더 많은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그 결과 오늘 한국인들의 언어 생활을 보면 쓴 웃음을 짓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대통령이 거주하며 집무를 보는 청와대가 ‘청화대’가 되고 어이없다가 ‘어의없다’가 되며, 셰프, 레시피, 피지칼, 멘탈,
케어… 등 생경하고 억지스러운 외국어가 마치 화장품 광고의 문구처럼 일상과 방송에 난무한다.

언어는 흔히 인간 상호 간에 의사를 전달하고 자기 내면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때 말의 기본 단위는 낱말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낱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 있어야 의사를 말과 글로 적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 다르고 어 다르다>는 ‘슬기로운 낱말 공부’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막연한 낱말 공부 대신 낱말의 기원,
변천 과정,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의 미묘한 차이 등을 명확히 밝히고 여러 용례를 들어 풍부하게 설명한다.

이를테면 말씀을 뜻하는 ‘언’(言)과 ‘어’(語)가 어떻게 다른지, ‘육체’(肉體)와 ‘육신’(肉身)의 차이가 무엇인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나아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해온 ‘단백질’과 같은 말들의 의미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언 다르고 어 다르다>는 읽는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문적 교양을 넓히는데도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온 초등학교식의 낱말 공부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층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우리들 휴가의 풍경은 야외로 나가 자리를 펴고 술을 곁들인 ‘먹방’이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왁자지껄한 먹방도 즐거운 휴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때론 ‘자연을 들여다보는 자연'의 고요한 정적으로 침잠하여 경쟁과 계산과 욕망과 비교의식과 호기심과 잡담이 지배하는 일상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한 번쯤 갖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올 여름휴가가 정보의 폭격과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의 폭력을 벗어나 오랜 동안 망각해 왔던 ‘자신’을 절실히 호명하고 그리하여 그 자신의 거처가 될, 우리 땅의 내음과 하늘의 빛깔이 짙게 배인 겸허한 모국어로 빚은 시적 언어(詩的 言語)의 계기를 마련하는 풍요롭고도 충만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김다록 시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