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지학(爲己之學)₁은 이 책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성현이 전하여 준 심법(心法)이다.

노론(魯論)₂이 한 번 출현해서, 한 번 전하여 증자(曾子)에 이르고, 또 한 번 전하여 자사(子思)에 이르고, 또 한 번 전하여 맹자(孟子)에 이르니, 네 성인의 서적을 바로 사서(四書)₃라 이른다.

우리 공자님께서 먼저 심(心)과 도(道)를 말씀하시고, 증자께서 이어서 물(物)과 지(知)를 말씀하시고, 자사께서 이어서 명(命)과 성(性)을 말씀하시고, 추부자₄께서는 분석하여 이(理)와 욕(慾)을 말씀하셨다.

네 성인의 말씀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름이 있으나, 묶어서 말하면 모두 인의예지(仁義禮智) 중에서 일관되게 나온 것이다.

하늘의 적심(賊心)₅은 허령불매(虛靈不昧)₆하여 사람의 도(道) 된 것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미묘하여 같지 않으니, 우리 공자님께서 처음 말씀하면서 심(心)과 도(道)로 수심(修心)과 체도(體道)₇의 의의를 밝혔는데, 그 설명이 간결하고 요약되고, 그 가르침이 꾸밈이 없고 깊었다.

증자께서 격물치지(格物致知)₈의 설명으로 심(心)과 도(道)의 본원을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에서 거듭거듭 밝혔는데, 정자(井字) 모양으로 쪽 바르고 엄정하고 질서가 있어서 심(心)과 도(道)의 설명에 딱 들어맞지 않음이 없었으니, 대학(大學)의 도(道)가 이에서 크게 되었다.

자사께서 도(道)가 실전(失傳)될 것을 염려하여 천명솔성(天命率性)₉의 의의를 이어서 말씀하셨는데, 그 설명이 일관된 도(道)로써 심(心)과 도(道)의 깊고 미묘함을 해석하였으니, 중용(中庸)의 덕이 성대하지 않겠는가?

맹자의 시대에 이르러 성인과의 거리가 차츰 멀어져서, 양묵(楊墨)₁₀의 설(說)이 종횡(縱橫)하여 한 시대를 현란하게 하므로, 심(心)과 도(道)의 바름을 맹자께서 존리알욕(存理遏欲)₁₁의 의의와 효제성선(孝悌性善)의 설명으로 그 바름을 잡고, 그 사악(邪惡)함을 배척하여 공문(孔門)의 심법(心法)을 만세 천하에 밝혔으니, 맹자의 공(功)이 지극하고 다하였다.

오직 이 네 성인의 서적이 어찌 쉬운 말씀이겠는가? 배우는 자가 깊고 먼 뜻을 침잠(沈潛)하여 체득(體得)한 그런 뒤에야, 이 책이 전해주는 심법의 만분의 일이라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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₁위기지학(爲己之學): 『논어(論語)』 「헌문(憲問)」25에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오늘날은 남을 위해 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기 자신의 본질을 밝히기 위한 학문을 이름.
₂노론(魯論): 노나라 『논어(論語)』 곧 공자의 『논어(論語)』를 이름.
₃사서(사서): 『논어(論語)』 · 『대학(大學)』· 『중용(中庸)』· 『맹자(孟子)』를 이 글에서는 노론(魯論), 증자(曾子), 자사(子思), 맹자(孟子)로 바꿔 말한 것임.
₄추부자(鄒夫子): 맹자가 추나라 출신이어서 추부자라고 부름.
₅ 적심(賊心): 훔친 마음. 여기서는 하늘에서 받은 마음.
₆ 허령불매(虛靈不昧): 잡된 생각이 없이 마음이 신령하여 어둡지 아니함. 유교에서 말하는 심상(心狀)과 명덕(明德)의 본질이다.
₇ 수심체도(修心體道): 수심은 도를 닦음. 체도는 도를 본뜸.
₈ 격물치지(格物致知): 『대학(大學)』 팔조목(八條目) 중 처음 두 조목, 주자(朱子)의 『대학장구(大學章句)』에 의하면,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사물의 이치를 궁극에까지 이르러서 나의 지식이 극진한 데 이른다”라고 했음.
₉ 천명솔성(天命率性): 하늘의 명이 천명이고, 그 천명(天命)을 따르는 것이 솔성(率性)임.
₁₀ 양묵(楊墨):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겸애를 주장함.
₁₁존리알욕(存理遏欲): 천리를 보존하고⟮存天理⟯, 인욕을 막는다⟮遏人慾⟯의 줄임말.

환산정(여름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