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참새는 제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사는 지조 있는 새
화순저널입력 : 2022. 10. 13(목) 11:23
십여 년 전만 해도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들녘이 펼쳐질 때면 메뚜기떼처럼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참새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에서 쓰다 버린 헌 냄비며 세숫대야를 들고나와 논둑길에 숨어서 “우여! 우여!” 소리치고 땅! 땅! 두들겨서 해질 때까지 쫓다 보면 목소리는 잠기고 팔다리가 아파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빨리 추수해야 끝날 일이었지만, 사람을 보면 놀란 참새들이 도망갔다가 또 어느샌가 다시 날아와서 벼 낱알을 재잘대며 까먹었다.
이렇듯 날마다 벌어지는 숨바꼭질에 지친 농부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허수아비와 빈 깡통을 줄에 매달아서 쫓는 게 고작이었다. 영리한 참새들도 한두 번 속을 뿐이어서 요즘에는 화약 총소리에 가짜 매까지 등장하게 됐다.
곡식이 익지 않는 시기에는 해충 같은 벌레도 잡아먹지만, 곡식이 익을 무렵이면 벌레는 놔두고 벼 낟알을 무지막지하게 먹어 치우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철천지원수라 할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새라고 하면 제비와 참새가 대부분이었던 게 후반에 와서는 비둘기와 직박구리가 더 눈에 띄게 되었고 2010년부터는 도시에서 참새 자리를 비둘기가 차지하면서 참새, 까치, 비둘기가 도심을 주도하는 조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구나 참새는 녹지공간이 조성된 도심 아파트 단지라면 어디서든지 볼 수가 있다. 사람들 옆에 살고 있으면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로수에 수십 마리씩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드는 건 차치하고 나무 아래 주차된 차량 위에다 배설물을 싸서 더럽히고 냄새마저 풍긴다는 점이다. 차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골칫거리의 해조(害鳥)일 수밖에 없다.
한 대포집 가게 여주인은 뒷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며, 들깨 같은 밭작물에 참새들이 몰려들자 골머리를 앓다가 쥐잡이용 끈끈이 위에 쌀을 뿌려 유인하여 참새를 잡았다고 했다. 잡은 참새는 구워서 술손님들에게 팔아서 수입을 올리는 일석이조였다. 하긴 예전에도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를 팔았다. 참새구이 1마리 값이 달걀 1개 값이었던 것이 이제는 귀해져서 닭 1마리 값과 맞먹는다.
참새는 아침이 밝아오는 여명(黎明) 때쯤 떠들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는 잠을 깨우는 기상나팔 소리와도 같았다. 농부들이 집 밖을 나오면 인기척에 놀라 근처 나무나 수풀 속으로 피신했다가 지나가고 나면 우루루 다시 날아들어 벼 낟알을 까먹고 귀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녀석들이었다.
‘참새야. 참새야 너 어디 가니? / 순희네 처마에 알 나러 간다 / 참새야. 참새야 너 어디 가니? / 귀여운 아기에게 밥 주러 간다’고 했던 동요도 이제는 새마을 지붕 개량과 농약 살포에 밀려서 짹소리도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전깃줄에 빨랫줄에 그리고 지붕 위에도 탱자밭에도 참새들이 모여 앉아 합창을 해대던 기억도, 소쿠리를 마당에 비스듬히 세우고 막대기로 떠받친 후 그 안에 들어온 참새를 잡던 시절도, 이제는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참새를 관상용이 아닌 방안에 풀어놓고 사람과 같이 살아보기도 했는데 그 성질이 워낙 방정맞다 보니 제 수명대로 못 살고 사고사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참새처럼 체구가 작으면 방정맞고 톡톡 까분다는 말처럼 1958년 농촌을 둘러보던 모택동은 참새를 보고는 “식량이 부족한데 귀중한 곡식을 쪼아먹는 해로운 새다. 잡아라!” 지시하고 나서 3년 동안에 중국인 3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 참새가 나락을 까먹는 것을 보고 아무런 근거와 대책 없이 방정을 떤 탓에 국민들만 죽인 것이다. 이는 마치 80년대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했었던 포수와 참새 이야기의 시리즈와 같은 웃기는 이야기다.
이젠 갈수록 정미소와 방앗간도 현대식 시설로 바뀌다 보니 참새와 방앗간 이야기도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왜 참새인가? 참새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 참진(眞)+새라고 했었다고 한다. 그럼 다른 새들은 가짜 새란 말인가? 아니다. 다른 새들은 겨울과 여름 철새로 다른 나라로 갔다가 다시 오는 떠돌이 같은 데 비해서 참새는 제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사는 지조 있는 새라고 보고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도 가짜로 오인당하고 사는 세상이 돼버렸으니 참새가 푸대접받는 건 어쩔 수 없잖을까? 홀대받게 된 참새의 일생은 외롭고 고달플 수밖에 없다.
‘장밋빛 인생’이란 샹송 노래로 세계적인 가수가 됐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는 키가 142cm밖에 되지 않아서 ‘작은 참새’라는 애칭까지 있었다. 그녀가 1963년 간암으로 죽을 때 “죽음이 외로움보다 덜 무섭다,”고 했다. 작은 참새의 외로운 일생이었다.
집에서 쓰다 버린 헌 냄비며 세숫대야를 들고나와 논둑길에 숨어서 “우여! 우여!” 소리치고 땅! 땅! 두들겨서 해질 때까지 쫓다 보면 목소리는 잠기고 팔다리가 아파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빨리 추수해야 끝날 일이었지만, 사람을 보면 놀란 참새들이 도망갔다가 또 어느샌가 다시 날아와서 벼 낱알을 재잘대며 까먹었다.
이렇듯 날마다 벌어지는 숨바꼭질에 지친 농부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허수아비와 빈 깡통을 줄에 매달아서 쫓는 게 고작이었다. 영리한 참새들도 한두 번 속을 뿐이어서 요즘에는 화약 총소리에 가짜 매까지 등장하게 됐다.
곡식이 익지 않는 시기에는 해충 같은 벌레도 잡아먹지만, 곡식이 익을 무렵이면 벌레는 놔두고 벼 낟알을 무지막지하게 먹어 치우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철천지원수라 할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새라고 하면 제비와 참새가 대부분이었던 게 후반에 와서는 비둘기와 직박구리가 더 눈에 띄게 되었고 2010년부터는 도시에서 참새 자리를 비둘기가 차지하면서 참새, 까치, 비둘기가 도심을 주도하는 조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구나 참새는 녹지공간이 조성된 도심 아파트 단지라면 어디서든지 볼 수가 있다. 사람들 옆에 살고 있으면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로수에 수십 마리씩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드는 건 차치하고 나무 아래 주차된 차량 위에다 배설물을 싸서 더럽히고 냄새마저 풍긴다는 점이다. 차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골칫거리의 해조(害鳥)일 수밖에 없다.
한 대포집 가게 여주인은 뒷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며, 들깨 같은 밭작물에 참새들이 몰려들자 골머리를 앓다가 쥐잡이용 끈끈이 위에 쌀을 뿌려 유인하여 참새를 잡았다고 했다. 잡은 참새는 구워서 술손님들에게 팔아서 수입을 올리는 일석이조였다. 하긴 예전에도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를 팔았다. 참새구이 1마리 값이 달걀 1개 값이었던 것이 이제는 귀해져서 닭 1마리 값과 맞먹는다.
참새는 아침이 밝아오는 여명(黎明) 때쯤 떠들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는 잠을 깨우는 기상나팔 소리와도 같았다. 농부들이 집 밖을 나오면 인기척에 놀라 근처 나무나 수풀 속으로 피신했다가 지나가고 나면 우루루 다시 날아들어 벼 낟알을 까먹고 귀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녀석들이었다.
‘참새야. 참새야 너 어디 가니? / 순희네 처마에 알 나러 간다 / 참새야. 참새야 너 어디 가니? / 귀여운 아기에게 밥 주러 간다’고 했던 동요도 이제는 새마을 지붕 개량과 농약 살포에 밀려서 짹소리도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전깃줄에 빨랫줄에 그리고 지붕 위에도 탱자밭에도 참새들이 모여 앉아 합창을 해대던 기억도, 소쿠리를 마당에 비스듬히 세우고 막대기로 떠받친 후 그 안에 들어온 참새를 잡던 시절도, 이제는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참새를 관상용이 아닌 방안에 풀어놓고 사람과 같이 살아보기도 했는데 그 성질이 워낙 방정맞다 보니 제 수명대로 못 살고 사고사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참새처럼 체구가 작으면 방정맞고 톡톡 까분다는 말처럼 1958년 농촌을 둘러보던 모택동은 참새를 보고는 “식량이 부족한데 귀중한 곡식을 쪼아먹는 해로운 새다. 잡아라!” 지시하고 나서 3년 동안에 중국인 3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 참새가 나락을 까먹는 것을 보고 아무런 근거와 대책 없이 방정을 떤 탓에 국민들만 죽인 것이다. 이는 마치 80년대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했었던 포수와 참새 이야기의 시리즈와 같은 웃기는 이야기다.
이젠 갈수록 정미소와 방앗간도 현대식 시설로 바뀌다 보니 참새와 방앗간 이야기도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왜 참새인가? 참새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 참진(眞)+새라고 했었다고 한다. 그럼 다른 새들은 가짜 새란 말인가? 아니다. 다른 새들은 겨울과 여름 철새로 다른 나라로 갔다가 다시 오는 떠돌이 같은 데 비해서 참새는 제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사는 지조 있는 새라고 보고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도 가짜로 오인당하고 사는 세상이 돼버렸으니 참새가 푸대접받는 건 어쩔 수 없잖을까? 홀대받게 된 참새의 일생은 외롭고 고달플 수밖에 없다.
‘장밋빛 인생’이란 샹송 노래로 세계적인 가수가 됐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는 키가 142cm밖에 되지 않아서 ‘작은 참새’라는 애칭까지 있었다. 그녀가 1963년 간암으로 죽을 때 “죽음이 외로움보다 덜 무섭다,”고 했다. 작은 참새의 외로운 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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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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