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철학에 미치다
왕성한 탐구가 넘쳐나는 즐겁고 환한 수학시간, 이 나라의 교실에서는 영원히 허망한 기대일까?
수학은 여전히 공포와 혐오로 기억되어야 하는 걸까?
수학은 여전히 공포와 혐오로 기억되어야 하는 걸까?
화순저널입력 : 2020. 10. 14(수) 20:51
현재 한국에 사는 성인으로 수학에 대해 호의어린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의 수학시간을 떠올린다면 공포의 기억과 혐오의 감정으로 고개를 내젓지 않을까. 오늘의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수학을 포기하는 비율이 초등학생 36% 중학생 46% 고등학생 60%에 이른다는 2015년의 한 조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왜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수학이 자연과 세계와 우주를 경이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것을 탐구하고 사유하는 즐거움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오직 대학에 가기위해 어쩔 수 없이 '변별력'이란 이름으로 비틀어 놓은 지겨운 문제풀이의 반복을 강요당하고 또한 그 성취를 냉혹하게 평가받는 수학 교육의 현실 때문이 아닐까. 맹목적인 문제 풀이 외에는 어떤 수학적 의미도 사상되는 무미건조한 수학교실의 분위기가 음산한 흑백사진처럼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수학 철학에 미치다>는 한국의 수학교실에서 다루지 않는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수학 철학에 미치다>는 4개의 part로 구분된 본문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잡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part1 ‘철학, 수학으로 사유하다’는 원질(άρχή arche)을 탐구하고 그것을 이성(λόγος logos)으로 해명하고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수학의 내용을 탈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의 <원론>과 아르키메데스 등의 계보를 통해 살펴본다.
part2 ‘중국, 철학은 곧 관계이다’는 노자, 장자 음양오행론 등 중국철학을 소개하고, part3 ‘잠자던 수학을 깨우다’는 이전까지는 철학의 성격이 강했던 수학이 변화를 수량화하고 계산하게 됨으로써 근대의 문을 열고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일대 사건으로 미적분( 微積分 calculus)의 탄생을 알린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이 함께 한다.
part4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수학’은 플라톤과 칸트 철학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어 온 수학의 발전과정을 칸토어 러셀 브로우베르 힐베르트 괴델 등 여러 수학자들을 등장시켜 안내한다.
특히 지은이가 가장 정성들여 기술하고 있는 part3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한소(infinitesimal)’와 같은 극한의 개념을 끌어들여 연속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미분[f'(x)=dy/dx로 표시되며 그 기하하적 의미는 접선의 기울기이다]과 그 변화의 총량을 계산하는 적분[∫f(x)dx의 형태로 표시하며 ∫(integral)에 아래 끝과 위끝이 제시되는 정적분의 경우 특정구간의 변화량의 총합을 의미한다]은 수학의 발전에서도 해석학이라는 한 분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기계공학 물리학 천문학 경제학 사회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실생활을 보더라도 자동차의 과속을 단속하는 무인 카메라나 항공기의 충돌을 막기 위한 비행경로 설정, 금융 상품의 손익 관찰이나 가까이는 에어컨의 온도 설정에도 미분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또한 CT촬영이나 전력 사용량 계산 등에도 적분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세계와 우주는 부단히 변화의 과정에 있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말처럼 고정된 실체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홍길동’은 자기동일성으로서 존재하기보다는 ‘홍길동dx’로 즉, 미분적 차이생성(differentiation)으로 존재한다. 지은이가 미적분을 설명하기에 앞서 관계의 철학으로써 중국철학을 먼저 소개한 이유도 변화와 차이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지은이는 ‘잡설’에서 야만적인 경쟁이 지배하는 한국의 교육풍토를 비판한다.
질문과 자기 사유가 죄악시되고 배제되는 회색의 교실에서 ‘신분결정시험’이 되어버린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에게 하루 10시간 이상의 ‘학업노동’만을 강요하고 있는 교육현실을 개탄한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사고하고 부딪쳐 가며 자신의 고유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배우는 자유를 아예 차단”당하고 “공부라는 이름으로 학대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연민을 보내면서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 ‘공화’라는 이념의 재생산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 ‘교육’은 요원한 것일까? 왕성한 탐구가 넘쳐나는 즐겁고 환한 수학시간은 아직 이 나라의 교실에서는 영원히 허망한 기대이며 여전히 수학은 공포와 혐오로 기억되어야 하는 걸까?
끝으로 인생이 매우 혹은 몹시 무료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순간을 위한 심심풀이 땅콩 하나.
☞ 1에서부터 10까지 같은 숫자 세 개에 모든 수학적인 기호 또는 부호를 사용하여 그 결과가 6이 되게 하라. 예컨대, 2의 경우 2+2+2는 6이 될 것이고 3의 경우 3×3-3은 또한 6이 될 것이다. 나머지 숫자들도 6을 도출해 보라.
김다록 자유기고가
아마도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의 수학시간을 떠올린다면 공포의 기억과 혐오의 감정으로 고개를 내젓지 않을까. 오늘의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수학을 포기하는 비율이 초등학생 36% 중학생 46% 고등학생 60%에 이른다는 2015년의 한 조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왜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수학이 자연과 세계와 우주를 경이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것을 탐구하고 사유하는 즐거움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오직 대학에 가기위해 어쩔 수 없이 '변별력'이란 이름으로 비틀어 놓은 지겨운 문제풀이의 반복을 강요당하고 또한 그 성취를 냉혹하게 평가받는 수학 교육의 현실 때문이 아닐까. 맹목적인 문제 풀이 외에는 어떤 수학적 의미도 사상되는 무미건조한 수학교실의 분위기가 음산한 흑백사진처럼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수학 철학에 미치다>는 한국의 수학교실에서 다루지 않는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다.
<수학 철학에 미치다>는 4개의 part로 구분된 본문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잡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part1 ‘철학, 수학으로 사유하다’는 원질(άρχή arche)을 탐구하고 그것을 이성(λόγος logos)으로 해명하고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수학의 내용을 탈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의 <원론>과 아르키메데스 등의 계보를 통해 살펴본다.
part2 ‘중국, 철학은 곧 관계이다’는 노자, 장자 음양오행론 등 중국철학을 소개하고, part3 ‘잠자던 수학을 깨우다’는 이전까지는 철학의 성격이 강했던 수학이 변화를 수량화하고 계산하게 됨으로써 근대의 문을 열고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일대 사건으로 미적분( 微積分 calculus)의 탄생을 알린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라이프니츠 등이 함께 한다.
part4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수학’은 플라톤과 칸트 철학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어 온 수학의 발전과정을 칸토어 러셀 브로우베르 힐베르트 괴델 등 여러 수학자들을 등장시켜 안내한다.
특히 지은이가 가장 정성들여 기술하고 있는 part3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한소(infinitesimal)’와 같은 극한의 개념을 끌어들여 연속적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미분[f'(x)=dy/dx로 표시되며 그 기하하적 의미는 접선의 기울기이다]과 그 변화의 총량을 계산하는 적분[∫f(x)dx의 형태로 표시하며 ∫(integral)에 아래 끝과 위끝이 제시되는 정적분의 경우 특정구간의 변화량의 총합을 의미한다]은 수학의 발전에서도 해석학이라는 한 분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기계공학 물리학 천문학 경제학 사회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실생활을 보더라도 자동차의 과속을 단속하는 무인 카메라나 항공기의 충돌을 막기 위한 비행경로 설정, 금융 상품의 손익 관찰이나 가까이는 에어컨의 온도 설정에도 미분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또한 CT촬영이나 전력 사용량 계산 등에도 적분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세계와 우주는 부단히 변화의 과정에 있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말처럼 고정된 실체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홍길동’은 자기동일성으로서 존재하기보다는 ‘홍길동dx’로 즉, 미분적 차이생성(differentiation)으로 존재한다. 지은이가 미적분을 설명하기에 앞서 관계의 철학으로써 중국철학을 먼저 소개한 이유도 변화와 차이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지은이는 ‘잡설’에서 야만적인 경쟁이 지배하는 한국의 교육풍토를 비판한다.
질문과 자기 사유가 죄악시되고 배제되는 회색의 교실에서 ‘신분결정시험’이 되어버린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에게 하루 10시간 이상의 ‘학업노동’만을 강요하고 있는 교육현실을 개탄한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사고하고 부딪쳐 가며 자신의 고유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배우는 자유를 아예 차단”당하고 “공부라는 이름으로 학대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연민을 보내면서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 ‘공화’라는 이념의 재생산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 ‘교육’은 요원한 것일까? 왕성한 탐구가 넘쳐나는 즐겁고 환한 수학시간은 아직 이 나라의 교실에서는 영원히 허망한 기대이며 여전히 수학은 공포와 혐오로 기억되어야 하는 걸까?
끝으로 인생이 매우 혹은 몹시 무료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순간을 위한 심심풀이 땅콩 하나.
☞ 1에서부터 10까지 같은 숫자 세 개에 모든 수학적인 기호 또는 부호를 사용하여 그 결과가 6이 되게 하라. 예컨대, 2의 경우 2+2+2는 6이 될 것이고 3의 경우 3×3-3은 또한 6이 될 것이다. 나머지 숫자들도 6을 도출해 보라.
김다록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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