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장단이 맞지 않으면, 한국인은 모일수록 분열한다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화순저널입력 : 2020. 10. 07(수) 08:30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 재독한 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이어령 작가가 1962년도 29살 때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에세이 형식의 글을 2002년 책으로 출간하여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입니다. 또한 그간 250만여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문화, 풍속, 속성, 버릇, 습관 등에 대한 장·단점을 망라하여 쓴 일종의 한국문화의 본질, 한국적 정서의 심층을 ‘돌담, 하얀 옷, 끼리끼리’ 등 일상적인 소재로 천착해서 쓴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그랬구나! 맞아! 이랬었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읽기 쉬운 문장들이지만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탄탄한 내용들이죠. 언어의 연금술사답게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첫 소제목 ‘울음에 대하여’부터 마지막 ‘가래질’이 의미하는 것까지 총 48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합니다.
첫 장 "울음에 대하여"에서 ‘Birds sing’의 뜻을 서양인들은 말 그대로 "새가 노래 부른다"처럼 즐거운 노래소리로, 한국인들은 "새가 운다"처럼 슬픈 울음소리로 들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운다’. 종소리도 ‘운다’로 표현, 울음에 대한 민족의 애환이 섞여 있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답니다.
'먹는다'라는 언어사용에서도 "금강산도 식후경", “욕 먹는다”, “나이 먹는다” 등 역사적·상황적·맥락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적용하여 표현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문화에서 주로 쓰는 일상언어들을 보면 미각적인 표현이 발달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쓰다, 씁쓸하다. 쓰디쓰다, 달다, 달콤하다, 달짝지근하다, 들큼하다’ 등 우리 민족만이 그 복잡한 혀의 미각을 구별하여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싱거운 놈, 짠 놈, 매운 놈” 등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형이상학적인 언어 구사보다는 형이하학적이고 육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 왔음을 우리의 언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만은 우리나라도 "끈의 사회"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옛 주거용 초가집 지붕도 볏짚으로 '끈'을 이었고 옛 의복인 한복의 옷고름도 다 '끈'이었죠. 서양의 단추ㆍ버튼의 문화와는 다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출세의 세 가지 요건을 ‘꿈ㆍ끼ㆍ끈’이라고 한다죠. 출세하려면 끈을 잘 잡아야,
잘 나가다가 추락하면 끈 떨어졌다고들 즐겨 씁니다. 고립상태에서 절망을 느낄 때도 끈 떨어졌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무엇에 의지해 살아갈 길이 생기는 것을 '끈 붙다'라고 표현합니다. 넝쿨처럼 무엇에 의지해야, 스스로 자신의 몸을 타인에 속박시켜야 그 끈에 의존하며 버티게 됩니다.
만약 모든 끈이 끊어진다면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끈(선)'이 갖는 비극이랍니다. 흔히들 중국은 '형', 일본은'색', 한국은 '선'의(그것도 곡선) 문화라고 합니다.
"팽이채를 꺾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팽이 같아서 때려야 된다? 팽이는 때리면 빨라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피지배층을 도구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던 악의적인 언어표현이었습니다. 한국민족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기의 자존감을 죽이지 않았답니다.
우리 속담에 ‘멍석을 깔아 놓으면...’ 오히려 더 하지 않습니다. 타율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특성을 보여준 말입니다. 제 스스로 신바람이 나고 신명났을 때 움직이고 보여주는 자율적 민족성을 지녔다고 작가는 전합니다.
‘눈치가 빠르면 절간에서 새우젓을 먹는다’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아부와 직결돼 있습니다. “눈치로 산다”는 옛말은 그릇된 출세문화를 잘 풍자하여 표현한 말입 니다.
이 책은 우리의 피부빛과 같은, 저 흙 속에, 좋든 좋지 않든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습관·버릇 등의 내면의 문화와 역사를 우리 민족이 사용했던 언어들을 통해 잘 담아 놨습니다.
이어령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한국적 '힘의 단합'은 '가래질'을 하듯 제각기 다른 동작으로 다른 위치에 서서 힘을 합칠 때 강해진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국가라든지 사회라든지 하는 공동(체)의 입장에 개인을 억지로 끼워 맞추듯 끌어내 힘을 보태라고 할 때 한국은 약해진다고 합니다. 호흡이 그리고 장단이 맞지 않으면 한국인은 모일수록 분열합니다.
이렇게 민주적인 백성을 그처럼 독재적인 방식으로 통치하려 했으니, 이 사회가 이처럼 지리멸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이상이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어령 작가는 전하고 있습니다.
* 주영현 프로필
79 한양대학교 법학
85 연세대학교 경영학석사(MBA) 졸업
96 화순군청년회의소(화순JC)회장
00~04 민주당연청 화순군연합회회장
02~06 화순군체육회 검도협회 회장
화순군체육회 궁도협회 회장
현) 화순저널 고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이어령 작가가 1962년도 29살 때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에세이 형식의 글을 2002년 책으로 출간하여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입니다. 또한 그간 250만여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문화, 풍속, 속성, 버릇, 습관 등에 대한 장·단점을 망라하여 쓴 일종의 한국문화의 본질, 한국적 정서의 심층을 ‘돌담, 하얀 옷, 끼리끼리’ 등 일상적인 소재로 천착해서 쓴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그랬구나! 맞아! 이랬었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읽기 쉬운 문장들이지만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탄탄한 내용들이죠. 언어의 연금술사답게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첫 소제목 ‘울음에 대하여’부터 마지막 ‘가래질’이 의미하는 것까지 총 48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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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 "울음에 대하여"에서 ‘Birds sing’의 뜻을 서양인들은 말 그대로 "새가 노래 부른다"처럼 즐거운 노래소리로, 한국인들은 "새가 운다"처럼 슬픈 울음소리로 들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운다’. 종소리도 ‘운다’로 표현, 울음에 대한 민족의 애환이 섞여 있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답니다.
'먹는다'라는 언어사용에서도 "금강산도 식후경", “욕 먹는다”, “나이 먹는다” 등 역사적·상황적·맥락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적용하여 표현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문화에서 주로 쓰는 일상언어들을 보면 미각적인 표현이 발달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쓰다, 씁쓸하다. 쓰디쓰다, 달다, 달콤하다, 달짝지근하다, 들큼하다’ 등 우리 민족만이 그 복잡한 혀의 미각을 구별하여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싱거운 놈, 짠 놈, 매운 놈” 등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형이상학적인 언어 구사보다는 형이하학적이고 육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 왔음을 우리의 언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만은 우리나라도 "끈의 사회"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옛 주거용 초가집 지붕도 볏짚으로 '끈'을 이었고 옛 의복인 한복의 옷고름도 다 '끈'이었죠. 서양의 단추ㆍ버튼의 문화와는 다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출세의 세 가지 요건을 ‘꿈ㆍ끼ㆍ끈’이라고 한다죠. 출세하려면 끈을 잘 잡아야,
잘 나가다가 추락하면 끈 떨어졌다고들 즐겨 씁니다. 고립상태에서 절망을 느낄 때도 끈 떨어졌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무엇에 의지해 살아갈 길이 생기는 것을 '끈 붙다'라고 표현합니다. 넝쿨처럼 무엇에 의지해야, 스스로 자신의 몸을 타인에 속박시켜야 그 끈에 의존하며 버티게 됩니다.
만약 모든 끈이 끊어진다면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끈(선)'이 갖는 비극이랍니다. 흔히들 중국은 '형', 일본은'색', 한국은 '선'의(그것도 곡선) 문화라고 합니다.
"팽이채를 꺾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팽이 같아서 때려야 된다? 팽이는 때리면 빨라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피지배층을 도구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했던 악의적인 언어표현이었습니다. 한국민족은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기의 자존감을 죽이지 않았답니다.
우리 속담에 ‘멍석을 깔아 놓으면...’ 오히려 더 하지 않습니다. 타율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특성을 보여준 말입니다. 제 스스로 신바람이 나고 신명났을 때 움직이고 보여주는 자율적 민족성을 지녔다고 작가는 전합니다.
‘눈치가 빠르면 절간에서 새우젓을 먹는다’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아부와 직결돼 있습니다. “눈치로 산다”는 옛말은 그릇된 출세문화를 잘 풍자하여 표현한 말입 니다.
이 책은 우리의 피부빛과 같은, 저 흙 속에, 좋든 좋지 않든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습관·버릇 등의 내면의 문화와 역사를 우리 민족이 사용했던 언어들을 통해 잘 담아 놨습니다.
이어령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한국적 '힘의 단합'은 '가래질'을 하듯 제각기 다른 동작으로 다른 위치에 서서 힘을 합칠 때 강해진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국가라든지 사회라든지 하는 공동(체)의 입장에 개인을 억지로 끼워 맞추듯 끌어내 힘을 보태라고 할 때 한국은 약해진다고 합니다. 호흡이 그리고 장단이 맞지 않으면 한국인은 모일수록 분열합니다.
이렇게 민주적인 백성을 그처럼 독재적인 방식으로 통치하려 했으니, 이 사회가 이처럼 지리멸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이상이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어령 작가는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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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한양대학교 법학
85 연세대학교 경영학석사(MBA) 졸업
96 화순군청년회의소(화순JC)회장
00~04 민주당연청 화순군연합회회장
02~06 화순군체육회 검도협회 회장
화순군체육회 궁도협회 회장
현) 화순저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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