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조광희 다트 세계 챔피언은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화순을, 화순의 다트 동호인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을 필요로 하면 다른 어느 곳보다 우선해 화순으로 달려온다. 화순의 다트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한다.<편집자 주>

▲ 죽었다 살아난 목숨 끝장을 보자!

“죽었다 살아난 목숨 끝장을 보자. 아~ 이 세상아!” 나는 매일같이 이 말을 외우고 또 외웠다. 앞만 보자고 다짐했다. 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못해. 내가 나를 버리지만 말자.

의지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운동도 재미가 있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많이 짜내야 했다. 또 욕심을 버려야 했다. 욕심이 생기면 기대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기대에 못 미치면 스스로 좌절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재활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 거울 속에 비친 불쌍한 짐승

날씨가 우중충하면 내 몸도 우울했다. 어느 날, 먹구름이 끼고 우중충한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은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자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몇 시간에 걸쳐 고민하며 기어 다니던 나는 작은 방에 있는 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불쌍한 짐승이 거울 반대편에 앉아 나를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고 눈물을 흘렸다. 거울 저편의 짐승도 울기 시작했다. 살려달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그냥 주룩주룩 눈물만 흘렸다. 삶에 희망이 없었다. 하늘도 내 편은 아니었다. 이런 심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방문도 잠근 채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피가 찌릿찌릿 돌고 있는 느낌과 스트레칭 효과를 체험한다. 서 있지 못하더라도 일부러 서 있는 기분이라도 주기 위해, 종아리와 뒤꿈치 스트레칭을 위해 나는 계속 전진을 한다. 반복, 또 반복이었다.

마비 환자의 부상은 심각하게 위험하다. 다치면 회복할 때까지 더 긴 시간을 싸워야 했다. 보호자가 보고 있는 눈앞에서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일어서 벽에 기대고 있었는데 182cm의 거구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침대 모서리 부분에 등 척추 부분이 심하게 다쳤다. 엄마가 내 등을 보고 우셨다. 내 등과 엉덩이까지 온통 피로 젖어 있었다.

▲ “일어났어?” 엄마가 소리 지르며 우셨다

엄마를 그만 우시게 하고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다짐하며 이 재활 연습에만 3년 11개월째까지 더 매달렸다. 4년째를 향하고 있던 어느 날 난 드디어 보호장비 없이 책상과 벽을 잡고 일어났다. 가장 먼저 엄마를 힘차게 불렀다. 항상 나를 내려다보시던 엄마가 올려다보셨다. “일어났어?” 소리 지르셨다. 엄마를 또 울렸다. 나는 속으로 울었다.

스물일곱 전신마비 증상으로 쓰러져 절망의 터널 속을 헤매다 5년을 꽉 채워 서른두 살 어른이, 아이의 몸으로, 나약해진 육체로 겨우 걸음마를 하면서 나는 이제 바깥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25평의 집안에만 있던 내가 이제 일어나 세상으로 홀로 나갈 준비를 한 것이다.

▲ 쓰러졌다 일어난 후 처음 차린 내 가게 “소울펍(Soul Pub)”

쓰러졌다 일어나서 처음으로 차린 내 가게 이름은 소울펍(Soul Pub)이었다. 재활 치료도 잠시 잊고서 지팡이를 짚고 3층을 올라다니며 리모델링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오픈 첫날, 종일 손님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이튿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서 인테리어로 설치했던 다트 기계가 있어서 심심하면 던지곤 했다. 사흘째 밤 열한 시쯤에 첫 손님이 들어왔다. 첫 손님, 첫 주문, 그리고 시간까지, 이렇게 모든 걸 기억한다. 그 첫 손님 이후로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손님의 이름과 직업을 외우기 시작했다. 한 달 보름쯤 되자 가게는 만석이 됐다. 신기하게도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기 시작했다.

▲ 취미 삼아 시작한 다트, 하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

가게의 다트 기계로 취미 삼아 시작했던 다트를 본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자유롭지 못한 나에게 다트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어느 날 한 후배가 하우스 토너먼트(다트 기계가 설치된 업장에서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대회)에 도전해보라고 했다. 나는 도전했고 결과는 우승이었다. 며칠 후 들었는데 내가 레이팅 레벨을 속였다는 것이다. 처음 나온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잘 던져서 우승을 하냐?는 게 의심의 요지였다.

▲ 다트 세계 표면으로 나오게 해주신 지현우 선생님

그 무렵 가게의 손님이신 두원고 지현우 선생님이 개인 다트를 들고 왔다. 지현우 선생님이 연습 삼아 시합 한번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흔쾌히 게임을 시작했다. 지 선생님은 나보다 레벨이 높았다. 그런데 게임을 시작하자 나는 다트가 너무 잘 돼 몇 판을 이겼다. 그 주에 지 선생님이 다섯 번 방문해서 게임을 했고 나의 레벨은 다섯 칸 올라갔다.

지현우 선생님은 나를 다트 세계의 표면으로 나오게 해준 장본인이었다. ‘조광희 사장님은 숨은 재주가 있어요. 감각이 뛰어납니다. 거물이 될 겁니다.’ 이렇게 칭찬까지 했다.

이후 다트동호회에 가입했다. 당시 양궁도 같이 했었는데 전국체전에 양궁선수로 출전했다가 실패를 한 후 다트에만 투자하기로 다짐했다.
▲ 높은 장벽 넘기 위해, 집중 삼매경에 빠져

사실 몸이 불편하니까 다트도 버겁고 힘들었다. 은근히 에너지 소비도 있었다. 집중하다 보니 칼로리가 소모되는 것도 느꼈다. 쉽사리 높은 장벽을 넘어가기는 힘들었다. 연습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가능하다고 판단해 집중의 삼매경에 빠졌다.

연습을 반복하며 나는 계속 실력을 쌓고 다듬질을 했다. 발바닥이 아프고 무릎도 터질 것처럼 아팠지만 내가 선택했으니 계속 밀고 나가면서 던지고 뽑고 궁금해서 생각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종종 새로운 발견이라도 하게 되면 그날은 시간을 더 투자해서 던졌다.

다트는 던지고 뽑는 과정의 왕복운동과 집중을 하는 것이 재활에 큰 도움이 됐다. 연습을 통해 굳은 손가락도 잡는 힘이 생겨 다트를 떨어뜨리는 일이 점점 줄어들 때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미친 듯이 더욱 더 던지게 됐다.

▲ 다트 선수로 첫 출전 실패, 문제 분석하고 또 분석

아픈 어깨로 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그 정도면 실력이면 대회에 나가도 될 것 같다. 선수 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트 팀의 선수로 추천을 받고, 잠시 그 팀에 합류해 병아리 선수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가오는 대회에 출전할 준비를 했다. 마침내 대회에 출전했다.

첫 출전에서 1승 3패로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가게로 돌아와 다트 연습은 일단 중단하고 문제 분석을 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구했다. 오직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내 문제점은 상대를 얕잡아 보았고 힘 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통제도 모르고 덤볐던 것이다.

▲ 동양인 최초로 다트 세계 챔피언 되다

이후 군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후 2017년, 2018년, 2019년 3년 연속 대한민국 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2019년 동양인 최초로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올랐고 경기 스코어 4대 0으로 압도적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하고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챔피언이 됐다.

나는 새로운 도전에서 꿈을 이뤄냈다. 한국에서 우승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 다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우승이니 한국도 이제 다트의 변방이라고 할 수만은 없게 된 셈이다. 한국 다트의 역사를 새로 썼다.

▲ 다트 장애인 국가대표팀 만들고 싶다

2025년 가을에 세계다트연맹(WDF)이 주최하는 다트 월드컵이 서울에서 열린다. 이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다트 인구가 늘어나고 우수 선수 발굴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나도 다트인으로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특히 다트가 장애인 스포츠로 최적화된 종목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들에게도 다트를 알려주고 교육하여, 이번 기회에 장애인 국가대표팀도 만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