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지리산 같은 명산 또는 마을의 어귀나 마을 간의 경계부에 세워둔 솟대를 흔히 볼 수가 있었다. 주로 나무로 깎은 기러기나 오리를 얹혀 놓았고 때론 꿩, 까치를 올려놓기도 했다.

솟대란 말 풀이대로 솟아 있는 대(입목立木)란 뜻이고, 세워두는 이유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출세와 급제를 바라며 액막이 구실을 하기 위해서였다.

솟대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겨우 시골에서나 민간신앙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기원에 대해 강단사학자들은 삼한시대(마한 · 진한 · 변한)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게 됐다. 솟대에 대한 역사를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1969년, 대전시 괴정동에 위치하는 한 돌무덤에서 출토된 제사용 그릇과 그 연관성을 찾을 수가 있다.

청동기 그릇 조각에서 두 쌍의 새가 두 개의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모습이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청동기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고조선이, 철기로 무장한 위만 조선에게 멸망한 시기가 BC 108년이고 이후에 남으로 쫓겨 내려온 80여 개의 작은 부족 국가들이 세웠던 삼한이 BC 2세기인 점을 고려해 보더라도 최소한 1세기의 차이가 난다.

결국 솟대의 기원을 찾으려면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역사의 퍼즐조각을 맞출 수 있다.

왜냐하면, 환인(하느님=上帝)의 아들 환웅이 묘향산의 가장 큰 박달나무 아래로 하늘에서 내려와서 웅녀(곰족)와 결혼한 후 단군을 낳고 세운 나라가 배달국(밝은 땅의 나라)이었다.

또 배달이란 뜻도 ‘박달’에서 유래 됐으며 박달나무를 신성한 나무인 신단수(神檀樹)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성한 박달나무가 있는 소도(蘇塗)라는 장소에서 국가적인 제사가 매년 하늘을 향해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황한 설명을 한 이유도 우리가 학교에서는 옛 고조선에 관한 역사를 자세히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달나무 맨 위에는 하늘과 백성을 연결해주고 전령사 역할을 했던 새(삼족오)를 앉혔다.

환웅의 배달국에서 행해졌던 국가적인 소도(蘇塗)의식은 고조선으로 이어졌고 그 후에도 삼한시대까지 그대로 행해졌다. 다만 제단에 세운 나무 끝에 새(삼족오)를 대신하여 영고(방울과 북)를 매달았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지 않고 솟대의 유래를 삼한시대라고 가르친다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사가 행해졌던 소도(蘇塗)는 세월이 흐르며 ‘솟대’로 음이 변했으며, 삼한시대를 끝으로 삼국시대(고구려 · 백제 · 신라)에 와서 불교가 들어오자 솟대는 갈수록 민간신앙으로 축소돼버렸다.

더욱이 불교 → 유교 → 천주교와 기독교 등의 외래종교에 자리를 뺏긴 국가적 제사의식과 민족신앙이었던 솟대는 이젠 거의 사라져버려 아쉬움만을 남긴다.

소도는 → 솟대로, 하늘새(삼족오)는 → 오리, 기러기 등으로 축소되어 솟대는 마을 어귀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2008년 가수 고 (故) 이성우가 불렀던 노래 <진또배기>는 강원도 사투리로 솟대를 일컫는 말이다.

진또배기의 뜻은 진대(침대)와 박이(박힌 것)가 합쳐져서 생겨난 사투리로 진대박이가 → 진또배기로 변한 것이다.

「어느날 대관령 위 하천에서 아래 강문 부락으로 침대 하나가 큰물에 떠 내려왔는데, 부락 사람들이 이를 건져서 똑바로 세운 다음 절을 하고 제사를 올렸더니 이후로 동네가 번창했고 풍수해도 입지 않았다」라는 진또배기에 관한 전설이 있다.

내용이야 믿거나 말거나지만, 강원도에서는 솟대를 ‘진또배기’로 부르고 있다.

더욱이 강릉 경포의 강문해변에 진또배기 다리가 있고 진또배기 마을도 있으며, 앞바다엔 솟대가 세워져 있다. 그 위에는 세 마리의 새가 앉아 동해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옛 고조선에서 국가적인 행사였던 장소인 소도(蘇塗)가 솟대로 불리게 되었고, 후대로 갈수록 민간신앙으로 퇴락해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들 뿐이다.

문장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