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앙商鞅, 소진蘇秦, 장의張儀처럼 큰 뜻을 가진 사람들이 일확천금一攫千金의 심정으로 각국을 돌아다니던 전국戰國시대, 몹시 가난하게 살던 조趙나라의 인상여藺相如는 왕의 총애를 받던 총신寵臣 「유현」 밑에서 지내다가 趙나라의 왕을 부하 취급하는 진秦나라 왕을 상대로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왕은 藺相如를 최고의 지위인 右相에 앉히고 백전백승의 노장 염파廉頗를 左相으로 삼아 함께 국사를 보도록 했다.

그러나 廉頗 생각에 풋내기인 藺相如가 右相이 된 것이 몹시 못마땅하여 「요, 주둥이로만 큰일을 다 하는 줄 아는 쥐새끼 같은 놈, 만나기만 하면 죽여 버리리라.」하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藺相如가 계속 廉頗를 피하자 그의 門客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藺相如가 그 이유를 묻자 ‘廉頗를 계속 피해 다니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난다는 것이었다.

藺相如는 門客들에게 「秦나라가 우리나라를 감히 넘보지 못하는 것은 廉장군과 나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요.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이 싸우게 되면 둘 중의 하나가 상하게 될 것이요. 내가 그를 피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지 그가 겁이 나서 그런 게 아니오. 그러니 여러분들은 내 뜻을 받들어 나라를 위해 작은 분을 참도록 해주시오.」라고 했다.

이 소문이 廉頗의 귀에 들어가자 무장으로서 정의감이 굳센 그는 자신이 스스로 못나 보여 「이제 보니 내가 藺相如에게 죄인이었구나! 내가 못나고 작은 인간이었구나! 여태껏 그가 나를 피하는 줄 알았더니 실은 나를 용서하고 있었구나!」하며 매를 한 다발 짊어지고 가 윗옷을 벗고 藺相如의 집 뜰에 엎드려 대죄待罪를 하고 있었다.

달려 나온 藺相如는 廉頗를 방으로 데려갔고, 둘은 서로 수없이 절을 하며 서로를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고 맹세를 했다.

「刎頸之交」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정다운 사이라는 뜻이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나이들의 본색이 뚜렷이 살아있는 말이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