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덕충부편德充符編에 나온 이야기다.


노魯나라에 왕태王駘라는 올자兀者(형벌로 발목이 잘린 사람)가 있었는데 학문이 뛰어나고 덕망이 높아 그에게 배우려는 제자가 늘어나 마침내 孔子의 문하생 수와 비길 만하였다.

孔子의 제자 상계常季가 “그런 병신에게 수많은 제자가 몰려드는 이유”를 묻자 孔子는 “그 분은 우주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속속들이 꿰뚫어보고 있으며 눈앞에 알찐거리는 사물에 솔깃하여 마음 흔들리는 법이 없고, 또한 세상 만물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道의 근원으로 삼아 통달한 분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나 추한 것 따위에는 이목을 기울이지 않고 흔들림이 없는 그분 마음의 고요함은 止水와 같다.”고 설명해 주었다.

또 莊子는 “지인至人(道通한 聖子)이 마음을 쓰는 일은 맑은 거울에 비유할 수 있다. 明鏡은 모든 것을 남들이 거래하는 대로 맡긴 채 자신은 참견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성인도 이와 같다.”고 하였다.

티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거울…… 그 거울처럼 정지된 듯 고요히 담겨있는 물. 이러한 거울과 물처럼 청명하고 동요됨이 없는 양심과 심경을 표현할 때 불도佛道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거짓과 권력, 금권이 판을 치고 그러한 세태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지금 같은 시대엔 明鏡止水 같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있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