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무엇인가?’ 정말 거창한 주제이다. 정확하게 정의를 해준 철학자나 현자도 없고 어느 누구에게나 단 한 번씩 주어진 인생은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도 없기에 더욱 어렵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사는가는 모두에게 숙제일 수밖에 없다.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손꼽히는 소크라테스도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었다.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사과나무밭에 도착해서 처음에서 끝까지 손으로 가리키며 가장 마음에 드는 사과를 각자 1개씩 따서 가져오도록 한 후 ‘모두 좋은 사과를 골라서 따왔겠지?’하고 묻자 모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한 번만 고를 기회를 달라’고 했다.

처음에 가장 크고 맛있게 보이는 사과를 각자 골라 따왔지만 오는 도중에 더 좋은 사과를 보게 되자 후회하는 사람, 선택을 미루다가 마지막에 아무거나 따온 제자들도 있었다. 모두들 스승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계속 부탁을 하자 소크라테스는 그제야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언제나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한 순간부터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자유다. 그렇지만 선택의 결과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0부터 시작했으면 선택도 0이어야 한다. 다만 빈 곳을 다른 걸로 메꿔야 한다는 게 남은 과제가 된다. 살아가는 도중에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판단을 잘못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래전에 남원의 공설시장 안에서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낭자머리에 비녀를 꽂고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춘향이 아줌마’를 만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만한 인생 철학을 배운 적이 있다.

아줌마는 20살 때에 시골 영화관에 갔다가 남편을 만났는데 난봉꾼에 주정뱅이였던 남편을 잘못 만난 탓에 평생의 시련이 시작됐다고 했다. 술병난 남편이 죽자 4남매를 홀로 키우며 30여년간을 식당에 얽메이게 됐다.

“신발을 골라도 잘 골라야제. 작은 놈을 골라불면 발뒤꽁치에 물집 생기고 아파서 못 걸어다니고 죽겄제. 또 너무 큰 신발을 갖다 신으면 걸을 때마다 벗겨지고 넘어지고 질질 끌고 댕겨야제~잉. 한번 잘못 골라불면 버리지도 못하고 신고 댕길라믄 참말로 미치고 환장혀.”라고 했던 말이 격언처럼 뼈저리게 느껴졌다.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얽히고설킨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생의 선택도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부처님의 한 제자가 ‘노끈에서 향냄새가 난다’고 하고 다른 제자는 ‘생선 냄새가 난다’고 노끈의 냄새를 맡고 얘길하자 부처님은 ‘노끈은 무엇을 묶느냐에 따라서 냄새가 달라진다’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어찌보면 ‘인생은 끈이다’라고 할 수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였던 고(故)백남준은 ‘인생에는 태엽이 없다’고 했다. 인생을 비디오테이프처럼 감기고 촬영기안에서 영상을 흘려보내는 태엽에 비유를 한 것이다.

이렇듯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합리적인 선택만이 좋은 길이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장난감을 고를 때 한 개만 고르라고 하면 두 개를 쥐고 놓지 않는다. ‘안 된다’고 하면 한 개는 포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아이의 선택에도 정답은 없다.

법정 스님은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했다. 책 제목이기도한 이 말은 지금 살고 있는 한 순간의 체험은 다시 주어지지 않는 기회라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살려면 뭔가에 집중해야 한다. 불행과 슬픔에 젖어 사는 것은 아직도 자신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순간 한순간을 최대한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은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고 선택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고 자유이다.

문장주 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