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원래 무술보다 문장을 중히 여기고 숭상했다. 문장의 힘이 한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기울게도 했다.

시인 이백李白의 친구 왕십이王十二가 「추운 밤에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며 감회에 젖는다.」라는 시를 보내오자 李白은 「술을 퍼서 만고의 시름을 씻어버리게. 자네처럼 고결하고 출중한 인물은 세상에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하찮은 기술이나 서푼 어치의 전공을 세운 자들이 충신인양 의기양양 하는 세상일세. 자네나 나는 그런 인간들의 흉내를 낼 수야 없지 않는가? 우리는 차라리 북창北窓에 기대어 시를 읊고 노래나 지으세. 우리의 작품이 아무리 훌륭한 걸작이라 할지라도 지금 세상에서는 한 잔의 냉수만큼도 값어치가 없다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듣고 고개를 내저으니 동풍東風이 마이馬耳를 스치는 것과 다름이 없네.」

여기서 馬耳東風이라는 말이 나왔고 「소귀에 경 읽기」라는 옛말과 마찬가지로 남의 의견이나 비평 또는 옳은 충고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자를 빗댄 말이다.

우리는 코로나시대에 살면서 정부의 힘든 방역대책을 비웃고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집단감염을 일으켜 국익을 해친 일부 종교인들과 몰지각한 국민들을 많이 봐왔다. 이들에게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방역당국의 외침은 그야말로 馬耳東風일 뿐인가?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