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며 사는 사람, 가난해서 여기저기 빌붙어 얻어먹고 잠은 아무 데서나 자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東家食西家宿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렇게 잘 못 알고 지내는 사실들이 얼마나 많을지 새삼 끔찍해진다.

옛날 제齊나라에 한 처녀가 있었다. 그녀에게 동쪽에 있는 집과 서쪽에 있는 집에서 똑같이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집 아들은 아주 못생긴 사나이였으나 부자였고, 서쪽집 아들은 가난했으나 소문난 미남이었다.

난처하게 된 부모는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하다면서 딸에게 뜻을 물었다. “만일 동쪽집에 시집을 가고 싶거든 왼쪽 어깨를 벗고, 서쪽집에 시집을 가고 싶거든 오른편 어깨를 벗어라.”

한동안 망설이고 있던 딸은 두 어깨를 한꺼번에 벗어버렸다. 부모가 놀라 그 까닭을 묻자 딸은 말했다. “낮에는 동쪽집에 가서 먹고 입고 싶고, 밤에는 서쪽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참 기막힌 발상이었다.

사랑보다 실익을 더 챙기는 상당수의 요즘 여성들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결국 東家食西家宿은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데 탐욕이 지나치다는 비유이다.